카페인 중독으로 잠을 괴상하게 청한 지가 어언 네 달은 되었던가,
나는 내일 기계요소설계 시험이 있으면서 네 달의 피로를 해소하지 못한 채로 커피만 마시고 유튜브만 보고 있다.
그러고 유튜브를 보면서 "귀가 터져나간다"는 표현이 생각이 났다.
네 달동안 잠을 청해야 풀 수 있는 피로가 커피 단 두 잔으로 해소되는 것을 느끼면서,
마치 눈 뜨고 꿈을 꾸는듯한 눈 앞을 의식하면서, 계속 청력만 손상시키는 작태는 머릿속으로 폭탄을 나르는 것과 무엇이 다를지,
예전부터 내가 무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걸 바로 하지 못하는 결과들이 누적되매, 오늘에 당도한 나는 스스로 귀만 터뜨리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내가 나이를 먹으면 뭔가 해낼 줄만 알았더라, 다만 똑같이 허망함으로 잠식되는 내 향로에 나는 불을 붙이기는 커녕 앉은 채로 귀만 터뜨리는구나.
단 하루라도 일이라도 하면 근로장려금이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은근히 기쁜듯 하였으나, 훗날 귀가 터지면 나는 늙어서 지금보다 더 고달퍼질까 하여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다.
아 내가 나이를 먹으면 뭔가를 해낼 줄만 알았더라, 뭔가를 해낼 줄 알았더라, 뭔가 남을 줄 알았더라, 뭔가 남을 줄 알았더라, 사실 어제도 감가상각으로 계속 가치가 떨어지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내일만 보다가 오늘도 잃어버리는구나
나는 그걸 눈뜨고 지켜볼 수가 없으매 귀만 터뜨린다. 귀를 터뜨리면 어제 가졌던 환상, 내가 뭔가를 해낼 줄 알았다는 그 상상에 전념할 수가 있다. 무언가 잃은 만큼 더 얻을 줄로만 알고., 그런데 그렇진 않더라, 나를 깎아내 얻는 건 나에게 돌아오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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