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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tiness

나는 곧 12시간 내리 공부하였다. 분명히


 오늘 25분간 있던 공업수학 퀴즈를 준비하는 데에 있어서

 나는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았기에 그저 그것이 부끄러워서


 어제 저녁 9시부터 오늘 아침 9시까지 공부하였다.(정확히는 8:50분까지)

 그리고 9시 수업을 곧장 들으러 간 것인데


 혹여나 금방 봤다면 모를까 수업을 내리 2시간 넘게 한 다음에 시험을 볼 줄은 몰랐다.


 여하튼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상하다.


 분명 겉보기엔 쉬운 3문제였다. 그런데 왜 스무스하게 안 풀리지? 정말 이상하였다.


 1장밖에 안나갔으니 정말, 간단한 것이었을 텐데도 나는 그것을 푸는 데에 있어 일장 막힘이 없진 않고 오히려

 된통 당하는 듯한 느낌을 들었다.


 답이 확실한가? 그것을 모르겠다.......


 

 분명 답을 다 적기는 하였으나 궁여지책으로 적은 것들이 많다고 할 수밖에 없겠다.


 개중 나는 자명하다고 생각해서 한 번 풀고 검산도 안 한 문제가 두번째였는데


 다 걷고나서 교수님 앞에서 일부러 알짱거리며, 나와 비슷한 생각을 암묵적으로 가진 5명이 단상을 둘러싸서

 

 그들이 이상한 별 헤코지밖에 안 되는 질문들을 해대며 어떻게든 시험지 답들을 체킹하는 모습에 덩달아


 나도 시선이 그쪽으로 가서 같이 보았다. 그런데


 그런데 글쎄 분명 58명 정도는 될 터인데


 답이 어떻게 하나하나 다 다르며, 빈 칸이 어찌 그리 많던가?


 아 이상하다 생각이 드는 와중에 내가 자명하다고 생각했던 그 두번째 답의 '좀 더 예쁜 형태'를 답으로 쓴 경우를 보았기에


 어 이상하다 그건 또 이상한데.... 하고 두번째도 헷갈려 하는 와중인 것이다.


 이상하다.... 어 이건 이상하다...... 왜냐면 그게 진짜 예쁜 답이긴 한데, 분명 앞에 것이 0 아니면 2x일 것이 분명하기 떄문이다


 절대 홀수는 나올 수가 없을텐데 어 이상하다.....




 하여간 나는 원체 살면서 한 번도 복습을 하지 않다가도 벼락치기만으로 똥줄타며 다녔는데


 어제는 내 인생 최초로 내가 하고자 마음 먹은 적정한 시간(사실 시간을 안 정해놓고 해야할 일만 정해 놓는다.......)을


 곧이 곧대로 채우고도 나름대로 선전한 하루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아직 수업이 남긴 했지만 그건 그냥 받아적기만 하는 수업이니........



 하여 오늘의 꺠달음은, 나는 하면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었음과 동시에


 인생 최초로 시험을 보고나서 어 이렇게 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안 남는 시험이었다.


 심지어 혹여나 틀리든 말든 상관없이 나는 내 할 일을 다 했다는 느낌이다.


 비록 수학 시험에 잠을 안 자고 간다는 대단히 크나큰 무리수이며 어리석은 짓을 하기는 했지만


 어쨌건 내가 상상 속에서만 움직이던 기계적인 나의 모습에 보다 가까워졌음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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