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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tiness

오늘 또 하루의 밤을 새고

 백야를 맞이하는 양, 다시 하루 중 1/4이 지나갔다.

 이미 나는 하루 5/4를 채웠기에, 잠을 자야 할 터인데, 글쎄 정신줄 놓고 사느라 아무런,

 재료역학 시험 대비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죄책감의 발현으로 인한 것인지, 나는 고통 속에 2시간 선잠을 자면서도 어떻게 할당량을 채웠는데,

 

 그러한 자기학대를 거쳐 밝아오는 아칫 햇살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되려 더 숨고 싶어짐을 깨달았다.

 아직 내일이 오면 안되는데...

 라며 스스로 쥐구멍이라 도망가고 싶은 양 허둥대며 침대 위에 도피할 때마다 스스로의 역정에 못이겨 다시,

 다시 눈을 뜨면서 또 도피하고자 선잠을 자고, 다시 눈을 뜨고 시계를 쳐다보고..

 

 그 끝에 나는 그래도 유의미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만큼의 학습을 하였다.

 정말 아무것도 없이, 그저 기억력 및 산수에 의해 결정되는 시험이 아니라

 오픈북 테스트였기에 나는 그나마 다행이었는가 한다.

 

 나는 깨닫기를, 

 

 "언제나 과거 속에 담겨 있던 황금같은 잠재성과 그 아까운 시간들을 그리워 할 적에,

 나는 어째서인지 그 때, 또한 했어야 했던 여러 가지 것들을 망각하곤 한다."

 

 "나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정도의 시험 범위에 대해서 정말 아무생각 않고 그저 불안감을 동기유발 삼아

 밤샘으로 어떻게든 자리에 앉아 있기만 하면, 그래도 나쁘지 않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음을,

 벼락치기의 정도에도 한계가 없음을 깨달았다."

 

 "글쎼, 중간고사에선 600~700pg를 2일동안 외워야 했는데, 어제는 재료역학 350pg분량을 공부했어야 했다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는 정말 이번엔 인생 끝날 정도의 위기라고 생각하고 어쨌든,

 눈알 부여잡고 자리에 앉아 있기는 하였다. 그랬더니 이번 시험은 나쁘지 않게 보았다."

 

 

 둘째, 셋째의 생각은 이미 지난날 겪은 것으로써, 

 결국 아무리 많은 분량이라 할지라도 정말 불안감에 잠을 못 자서 하는 것이든 어떤 방식이든 책을 부여잡으면 불가능을 없음을 분명 깨달았다. 이는 의지의 문제를 벗어나서, 그야말로 살 길 재촉하다가 나오는 뜻밖의 현상인 것이다...

 

 첫째는 어제 깨달은 것으로,

 

 항상, 언제나 과거 속에 '시험을 잘 봤던 기억들', '잘 나갔던 기억들'을 곱씹으며

 "현재에는 왜 그렇지 못한가?"를 가지고 불쾌해하곤 하지만,

 실상 그때에도, 마땅히 해야할 것이 여러 가지 있었고, 혹은 유혹에 굴복하여 다른 쪽으로 빠졌든지 하여

 '그때 거스를 수 없었던 자신의 어쩔 수 없던 선택'이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기합리화라 하여도 어쩔 수 없다.

 똑같이 돌아간다면 적어도 성숙하지 못한 그때에는 오늘날 돌아오는 결과들에 대해 역시 알지 못했을 것임이 분명하고,

 계속 이에 대해 생각을 곱씹을수록, 결과론적 편향에 이르는 생각만이 남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