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리고 보니 휴지로 껌을 씹고 있었다.
그 행동이 나에게 어떤 유의미함이 있는가를 생각하기도 이전에 이미 나는 습관적으로,
자연스럽게 휴지를 한 장 뜯어서 껌처럼 씹는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생각하였다.
그간 벼락치기 15시간 하면서 내가 먹고 싶어도 참고 먹지 않았던
하림 치킨너겟을 먹고싶다는 욕망을 내가 오늘 부숴버렸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일까
무의식적으로 나는 치킨을 먹고싶다는 욕망을 참지 못해 휴지로 껌을 씹어버린 것일까
나는 현재 한달 생활비 관리비 5만원, 도시가스 6천원, 전기세 9천원, 식비 3~4만원이 끝이다.
현재 수입이 없으나 이는 대학교 2학년이라 그렇다.
군대를 갔다 온 군월급은 이미 사라졌을 수도 있겠다만 적어도 40몇 만원은 있을 것이다.
한 달 핸드폰 비는 5천원이다.
이것이 내가 휴지로 껌을 씹는 객관적 증거로서 활용되기에 적합한가?
일단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나는 무의식적으로 휴지로 껌을 씹었고, 유투브를 다 보고 났더니 글쎄 책상 위에
껌의 흔적이 3개가 있었다. 이빨의 모양이 그대로 찍혀있는 휴지껌.
내가 이빨이 간지러워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정말로 오늘 내가 치킨너겟 먹는 것이 아까워서 대신에 다른 걸 생밥으로 먹었다는 것이 원인이 되는가?
나는 오늘 취업 특강에 갔었다.
나는 현실 취업에 대해 마냥 넋놓고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정작 쌓아놓은 나의 스펙은 한국사밖에 없었다.
이런 와중에 내가 취업 준비까지 2년이나 남았음에도 당장 졸업예정자 마냥 특강을 들으러 다니는 것은,
내가 그곳을 가는 것이 심적인 자기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그저 그뿐이다. 학기초부터 취업설명회를 복학하는 김에 호기롭게 몇 번 갔다오고
이내 시험기간에도 가보고 했지만은,
그러한 행동에 일종의 자기위로적 심상이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실상 내가 정량적인 스펙이 있었다고 한다면은, 아니면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면
나의 취업 특강, 설명회 등은 소중한 공부가 될 것이나,
그러한 스펙을 위해 성심성의를 하지 않는 상태에서 그저 "나는 취업에 대해 열심히 생각하고 있어"하며
스스로 뿌듯해하는 행동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온몸으로 느끼면서도,
금일 만났던 취업 현장에서 과장 직위를 달고계신 선배님을 보며 내가 든 생각은,
나는 현장이든 무엇이든 일단 취업에 성공만 하고
그것이 내가 사회적 명망이 있으면서도 입에 풀칠하는 시간이 올 수만 있다면
지금 벼락치기를 15시간을 하듯이 매일 육체를 갈아버릴 정도의 시간을 쏟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
내가 가장 안타까운 것은 지금 당장의 공부는 성실성의 지표로서 작용하지만
내가 실제 취업을 했을 시에 학업의 어떤 부분이 정확하게 이용되는지 알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그것은 내가 돈을 벌고 있다는 느낌을 줌으로써 성취감을 준다기 보다,
대체 나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를, 더 걱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상황에서 내가 취업 특강을 가는 것은 꼭 나쁘지만은 않다.
다만 오늘 내가 충격을 먹은 것은 내 스스로의 심상 때문이다.
녹음기를 틀면서까지 열심히 강의를 들어도
내 머릿속에 남는 생각은 이것이었기 때문이다.
"저 연봉이면 나는 매일 치킨을 먹을 수 있을까?"
그 생각이 나의 무의식을 삼킨 것인지는 몰라도 나는 시험이 끝나고 황금같이 쉬는 시간이 다가왔음에도
그 흔한 치킨너겟이 식비로 나간 것이 아까워서 다음 기말고사 기간까지 기다리려고 냉동해두고
휴지껌이나 씹고 있다.
나는 지금 이게 정상적인 사고방식이라 생각할 수 있는가?
아니면 나는 이것을 가시덩굴 위에서 잠을 자는 것이라 여기며 인고의 시간으로 감내해야 하는 걸까?
참고로 휴지껌은 처음 씹을 때는 부드러운 스펀지를 씹는 느낌이지만,
자꾸 씹으면 침이 배어져 나와 기분이 나쁘며,
앞니와 입술로만 살짝 씹어야지 부드럽고
작정하고 어금니로 풍선껌 씹듯이 씹으면 휴지에 첨가된 화학물질을 그대로 삼키는 일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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