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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tiness

금수저와 흙수저의 차이, 금수저와 흙수저가 고착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

 서두에 앞서, 필자는 금수저보다는 흙수저에 준하는 사람임을 밝힌다.

 예컨대 시공간을 뛰어넘어 친척들 중 빚을 내어 주식을 하다가 사채까지 손을 댄 사람이 적어도 2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식을 하면 혹시 몰라 신용 대출을 할 유혹이 있음은 이해를 해도, 현실적으로 대출 이율 자체가 주식 수익률을 압도하다 못해 내리 찍어 누를 수준인 사채까지 손을 대는 것은 도저히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다. 당사자들도 설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굳이 대중적인 이해를 구할 필요도 없이 이미 그들은 사채를 썼다. 이게 중요하다. 흙수저 단위에서, 혹은 금수저에서 흙수저로 전이되는 경우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적인 현상은, 자신이 사기를 당했거나, 정말 말그대로 "무리하게 대출을 해서" 그렇게 되는 경위를 숨기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이해를 구하기 다소 힘들게 된다는 것이다.

 흙수저 단위에서의 투자 실패에서 다소 관찰되는 점은, 자신의 야심찬 낙관론 이상으로, 감정론이 자꾸만 투자의 요인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자신의 인생이 걸린 퇴직금을 쏟아 부어 자식에게 얼마라도 남겨주거나 자신의 노년을 안락하게 만들고 싶어서, 가정형편보다 자식이 많아서 그에 따른 정신적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해 "투자는 장기로 한다."는 문구 하나만 믿고 혹시 몰라 자신이 사기를 당해도 이를 모르고 장기간 묵혀두는 일이 발생한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까닭 중 하나는, 자신이 얼핏 들어 좋을 것이라 생각한 재테크 분야를 자신이 실제로 투자하여 '자신의 개인적인 사정'을 해소할 수 있을만큼 뭔가 잘 되리라고 믿으려면, 반드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대외적으로 설명을 할 수가 있는데, 다른 건 몰라도 "투자는 장기로 한다."는 그 괴상한 문구만 믿고 오로지 시간만 지나면 우상향 그래프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무턱대고 믿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투자 관련한 사기를 특히 용서할 수가 없는데, 그마저도 정말 아쉬운 점은, 만일 투자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를 당사자가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눈 뜨고 코 베일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정말로, 눈 뜨고 코 베이는 걸 그래도 볼 수는 있지 않았을까. 문제는 이를 코가 다 베인 뒤에야 알게 된다는 점이다. 만일 투자 내역 자체가 투명하지 않은 완전 범죄라면 이는 응당 소송까지 끌고갈만한 일이지만, 투자 내역 자체가 투명할 수밖에 없는 분야에서의 사기는 그래도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사전에 자신이 투자에 대해 공부를 했다면, 투자 사기에 대한 감 정도라도 알 수 있지는 않았을까 아쉬움이 있다.

 

 위의 통탄스러운 현상은 사실 재테크에 대한 정보를 가정 내에서 공유하기만 해도 일어나기 쉽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흙수저 가정 내에서는 공유를 해도 그 정보가 똥인지 된장인지 알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그러나 사실 어떤 투자 정보가 이득인지 손해인지 알기 힘들다는 점은 수저에 관계없이 세상 누구나에게 공통된 점이고 단지 그러한 정보를 오랫동안 봐 온 사람만이 가늠할 수 있을 뿐인 것인데, 그럼에도 안타깝게도, 흙수저 가정 내에서는 특히 "적당한 투자 때를 기다리기에는 지금 당장 급하기에" + "분산투자를 하기엔 가진 게 없어 올인"이라는 감정론에 빠지기 쉬우며, 또,

 1. 가정 내에서 투자 정보를 공유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거나(투자 정보 공유해봤자 내 남편은 몰라, 어차피 말 해봤자 몰라)

 2. 공유를 하려 해도, 가족 구성원들이 "인터넷 배우기 귀찮어, 눈 안 보여 글자가 작어서 안 해, 말로만 설명 해봐, 영어 말고 한글로 된 거 없나, 그림이 왜 이렇게 복잡해" 내지는 "주식하면 패가망신, 노동으로만 돈을 버는 게 신성한 것, 은행 예적금이 인생 유일무이 신성한 재테크"라는 등의 반응을 보여주기에

 자정 작용이 쉬이 일어나기 힘들어 잘못된 투자 정보를 거르지 않고 당당히 손해를 보는 경우가 다소 발생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위험한 점은, 만일 위의 과정을 거쳐서 수익을 얻으면, 수익을 더 얻으려고 신용 대출을 하기까지 한다는 점이다. 혹은, 투자하기 전에 마치 삭발을 하는 스님이 된 것처럼 신용 대출로 끌어모아 자신의 신념을 두 눈 뜨고 확인하겠다고 올인하는 경우 등이 일어날 수 있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금수저와 흙수저의 차이는 자본 규모 외에도, "가정 내에서 재테크 정보를 공유하고, 자정 작용까지 할 수 있는지"도 있다는 점이 이 글의 핵심이다.

 학력, 인맥, 자본 규모 등을 제외하고서라도 정말, 투자 정보에 대한 자정작용 하나만으로도 금수저와 흙수저가 갈릴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당연히, 투자 운용에 있어 절대적으로 금수저가 유리하겠지만, 투자 정보에 대한 자정작용만 있어도 여러 세대를 거쳐 흙수저도 중산층으로 계층 이동할 수 있을 것임은 장기적으로 옳다. 계층 이동이라는 것이 신분제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생소하며 '계층'이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를 거북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본 규모에 따른 계층은 실존하며 또, 이를 마치 사다리 오르듯이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한 세대만으로 이룩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요컨대 재테크에 대해 흙수저도 알아보는 것은 투자 정보 등에 대한 자정 작용을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며, 흙수저는 "어차피 재테크해도 얼마 못 벌어, 시드머니(초기자본)가 없는데 무슨"하고 자조할 것이 아니라, 세대를 거쳐서 흙수저 되물림을 끊어낼 수 있는 단초는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무슨 김아무개 CEO처럼 한 세대 내에서 갑자기 흙수저가 금수저가 되는 것을 꿈꾸는 것은 실현 가능성은 있어도 오히려 과한 낙관론으로 인해 어느 한 투자에 '올인'하여 개인회생 내지 파산을 야기하게 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하고, 본인이 흙수저라면, 자신이 계층 이동의 단초를 마련한 뒤의 세대부터 본격적으로 계층 이동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다소 체념에 가깝다)해야 한다.

  

  흙수저 가정 내에서 투자 정보 등에 대해 자정 작용을 기대하기 힘들 정도로 가족 구성원 전체가 투자 자체에 인색해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까닭은, 순전히 흙수저 계층에서 투자를 이미 실패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금수저 아무개라 할지라도 투자 실패로 다 날려버리면 그대로 흙수저가 되니 이는 당연한 말이다. 다만, 흙수저 계층의 가정은 이미 투자 실패로 이루어진 가정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문제는 굳이 투자 실패로 이루어진 흙수저 가정이 아닐지라도 투자 정보에 대해 아예 인색해지는 요인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결국 흙수저 단지 내에서는 투자로 성공한 사람을 볼 수 없기 때문에 흙수저 가정이라 하면 모름지기 재테크에 과하게 인색한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흙수저 가정일수록 과하게 노동, 근로를 통한 급여 수익을 신성시함을 볼 수 있는데, 문제는 흙수저 단위에서의 노동, 근로 수익으로는 중산층 이상으로의 계층 이동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흙수저 가정이라 할지라도 개인 단위에서의 뛰어난 유전자, 학습을 통해 전문직 시험에 합격하여 사회적 보장 하에 중산층으로의 계층 이동을 꾀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 절대 다수의 흙수저 가정 내에서는 그런 사람을 키워내기가 정말 쉽지 않으며(이는 당연히 금수저 가정에서도 힘들다), 애초부터 재테크에 대한 흙수저 가정 내에서의 정보 교류, 자정 작용, 그리고 이를 위한 금융 학습이 이루어질 수만 있어도 양호한 재정 상태를 꿈꿀 수 있는데도, 그러한 교과서적인 일례에만 사회 구성원 전체의 관심이 쏠려 있는 것처럼 고정 관념이 만연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필자가 정말 심하게 안타까운 점은, 흙수저 가정 내에서 노동, 근로를 통한 급여 수익을 신성시하는 바와 같이, 가족 구성원들이 여기에만 몰두하였다면, 분명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리겠지만 노년에 이르러 최저 생계비를 갖출 수는 있을 것을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흙수저 가정 내에서 투자 정보에 대한 자정 작용(손익 계산, 투자 사기를 거를 수 있는 정보력)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자꾸만 아무개 구성원이 자신의 퇴직금으로 갑작스럽게 투자를 한다든지, 연금, 보험, 적금 깨서 갑자기 암호화폐를 투자하려 한다든지 등의 시도를 한다는 점이다. 애초부터 이러한 투자 시도를 할 것이라면 적어도 가정 내에서, 아니면 투자를 하는 본인이라도 적합한 투자를 위해 정보 수집을 한다든지의 노력을 했어야 할 터인데, 어떻게든 모아놓은 돈을 어딘가에 쾌척하여 부담을 덜면서도 맹목적으로 시간에 따른 우상향을 믿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저 남한테 맡겨놓거나.. 기대 수익률이 끝없이 높지만 그만큼 상장폐지도 잘 될 수밖에 없는 장외주식에다 투자하려 한다. 심지어 어느 경우는 자신의 돈이 투자된 곳을 모를 수도 있다.

 

 내 친척이 그러하였다. 여태까지 신성한 근로를 하면서 모았던 돈을 다 장외 주식에 올인하고, 단지 장기 투자하면 올라가겠지 믿다가 결국 상장폐지되고, 또 이를 '복구'하려는 도박사의 심리 때문에 신용 대출까지 하여 주식 잘 한다는 남에게 맡겼다가 결국 파산 신청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혼을 할지 말지 문제시 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마치 판에 박힌 듯이 자주 보인다. 왜냐하면 과거에도 이미 또다른 친척 한 명이 정확히 동일한 단계를 밟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향후 뒷 세대에서도 똑같은 일이 적어도 한 번은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세대를 거치면서 이러한 투자 실패는 부끄러우니까 잊혀지며, 오히려 그렇기에 노동, 근로를 통한 급여 수익을 가문 대대로 더더욱이 신성시된다. 한편 문제는 그 가문에서의 또다른 아무개가 갑자기, 또 자꾸만 자신의 퇴직금을 어딘가에 올인하려고 시도한다는 점이다. 투자 실패에 대한 경험은 정말 부끄럽기 때문에 반성조차 되지 않고 잊으려 하며, 그로 인해 그저 먼지가 되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또다른 친척 아무개가, 심지어 자기 자식까지도, 또 투자 실패라는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투자에 대해 알아보아야 한다. 꼭 알아봐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