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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난 밤에 일어나서 뭐하는 거지

 난 밤에 일어나서 뭐하는 걸까

 토요일 자격증 시험이 있고, 그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선 적어도 70 시간이 필요하기에,

 나는 오늘에 이번 주의 모든 과제를 다 해결해야 했다.

 그러나 이미, 오늘 24시간은 사라지고 새벽 2시 16분이 되어 나는 불안감만 느낀 채로 여전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그런 와중, 피부는 후끈거리고 머리는 비몽사몽하다. 아토피로 인해 곪은 상처들에 프로토픽을 발라서인가, 항히스타민제를 먹어서인가, 나는 줏대없이 흔들리는 갈대마냥 인터넷만 둘러보면서 정작 해야할 것들에는 가까이 가지도 않는다.

 기껏 야밤에 깨어나서라도 이번주 전체의 과제를 끝내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그 생각과 동시에 나는 현실이 너무나 무거워서 답답하다고만 이야기한다. 아무것도 없는 공기 중에도 나는 무쇠로 짓누른듯한 무게감을 느끼고 있다.

 

 무엇을 위함인가, 내가 지금 잠을 자지도 못하고 야밤에 깨어있는 까닭은 무엇을 위함인가, 나도 알고 있다. 숙제를 하기 위함이고, 남은 4일동안 70시간을 공부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 때문이다.

 그러나 고통스럽다. 피부가 너무나 따가워서 고통스럽고, 진로에 대한 불안감이 장막처럼 내 앞을 가리는 것 같아 외롭기만 하다. 누구도 살아보지 못한 삶이 내 개인의 삶일 뿐이라는 사실이 나는 역설적이게도 부담스럽다. 나의 삶에 YOLO를 외치며 흥분하기만 할 수 있던 시절이 나에게 있었던가, 나는 글쎄 이미 2번 이상의 삶을 체감한 것마냥 머리가 무겁기만 하다. 나의 삶을 계속 적어도 2인 이상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생각하기를, 개미와 같은 일에 구태여 산과 같은 인간이 하나하나 신경을 써가며 흥망성쇠를 논하고 고통스러워 할 필요가 있을까 하더이다.

 개미와 같은 일이라 함은, 인생 전체에서 사실 아무것도 아닌, 훗날 시간이 지나면 "별것도 아니더라"하고 넘어갈만한 일들을 의미하고, 여기에는 인생사 모든 일이 포함된다. 누군가의 죽음이건, 누군가의 출생이건 실상 개미와 같은 일에 유별나게 달라짐이 없다. 그것은 내가 죽음도 가까이서 보고, 출생도 가까이서 보았기 때문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리라. 여하튼 나의 인생을 산이라 비유할 수 있다면 그 산책길에 만나는 오소리, 벌, 나비들과 숲을 아우르는 나무와 같은 것들이 모두 체험이고 경험일 뿐이더라. 개미와 같은 것들이라 폄하할 수도 있을 것이고, 벌과 같은 것들이라 칭하며 두려워 할 수도 있는 것이 개인의 인생사인지라 어찌 보든 상관 없다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것들을 단지 초원 위의 개미라고만 일컫고 싶더라.

 

 그야말로 개미와 같은 일들이 나열되어 있을 뿐인지라, 나의 앞날에 대한 모든 걱정은 개미만도 못한 수준의 걱정으로 일축되고, 구태여 할 필요없는 쓰잘데기 없는 것으로 변모하기도 하더라. 이에 나는 "그러면 그렇지."하고 안심해 다시금 70시간을 잃어버리고 말겠지. 오늘에 미래를 살아가느라 오늘을 잃어버리는 나의 작태를 보아라. 훗날에 이 일기를 다시 볼 나는 보아라. 오늘에 내일의 너만을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에 나의 피부를 잃어버리고, 나의 정신을 잃고 나의 건강을 잃고만 있다. 내일의 너는 오늘의 내가 잃어버린 것들만큼이나 발전해 있을런지, 나는 당최 확신이 없으면서도 내일의 너가 스스로 개미와 같은 일에 매몰되어 스스로 목숨을 가벼이 여기거나 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 오늘의 내가 편안히 잠을 잘 수 있도록 내일의 너가 그렇게, 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