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담담한 나의 향로

Not-exist 2019. 8. 20. 17:29

 개강 이후 나는 오늘의 나를 아까웠다 평할 것이다.

 

 오늘에 나 역시 한 달 전의 내가 아깝다 평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시간들만큼 나에게 중요한 것들이 또 어디에 있었을까

 

 나는 그 시간들을 다 까먹어버렸다.

 

 나는 이에 대해,

 

 1)즐거운 나날이었다고 회고해야 할까

 

 2)쓸데없이 허비한 시간들이었다고 자조해야 할까

 

 3)그 어느 긍정도 부정도 할 필요없이 그저 살아갔다고 자평해야 할까

 

 가만히 달력을 세어보지도 못할 제, 어디에 내가 마음의 위안을 얻을 곳이 있겠나 하며,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위에 표류하는 부표마냥 덩그러니 홀로 놓여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다 날을 지새운다.

 

 바다 위의 부표만도 되지 못하는 원룸 방 한 켠의 찌그러진 페트병 한 명, 그 이의 초상을 보고 누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 평가해줄 것인가?

 

 속 빈 강정마냥 그 내용물도 없이 허공을 떠다니는 아무개의 향로엔 밝혀줄 불빛마저 그 길을 헤매인다.

 

 언제고 내가 이렇게 되리라 알고 있었건만은, 나의 기저 행동이 하나도 달라짐이 없음에 이르러 나의 향로는 이리도 어두워졌던가

 

 그리 하여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곳에 나 혼자 유서 아닌 유서만도 되지 못한 쓸모없는 배설글을 마저 올리거나 하겠다.

 

 

 

 

23:09

 

나는 다시 글을 배설하길,

 

터무니없는 격차가 나의 눈 앞에 들어올 때, 나는 그것들을 곧이 곧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을 때에도, 누군가는 숨만 쉬어도 하루에 얼마를 벌어간다.

 

그 누군가가 어떤 자수성가의 아이콘이든, 그렇지 않든 그 격차는 나에게 결과적으로 안타까움과 당혹스러움을 안겨준다.

 

누군가 농으로 주고받는 그런 대화 속에서, 그 누군가는 겉으로 생색을 내며 구걸하는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 한편으로,

그 누군가에게 너무나 쉽게 부를 분배시켜주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실존하기에,

 

그리고 그것을 절대 구걸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아 하는 집단적 강박이 존재하기에,

 

나는 무어라 말도 하기 이전에 스스로를 한없이 낮출 수밖에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