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3일동안 3시간을 잔

Not-exist 2019. 6. 21. 14:58

 3일동안 3시간을 잔 내가 느꼈던 감정은 "죽을듯이 피곤해야 함"이었다.

 

 그정도로 잠을 자지 않고 오로지 시험 벼락치기에만 매진하였는가 하면,

 나는 잘 모르겠다. 중간고사 때까지만 해도 적어도 한 과목에 20시간은 벼락치기해야함을 목표로 잡았지만,

 이번에는 시험이 이틀 간격으로 3개나 밀집되어 있어서 시간을 정하는 게 무의미하였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암기과목은 A+을 받을 것이지만, 마지막에 본 시험인 공업수학 때에는 입실도 늦기도 했고

 무엇보다, 수학을 푸는 데 있어서 멍해지는 느낌을 다분히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암기과목인 경우는 잠을 1시간씩 졸아가면서라도 외우면 어떻게든 점수가 나오지만,

 공업수학에서 어떤 ODE가 나왔을 때 그것이 Frobenius로 풀어야 하는지, 아니면 제 1종 Bessel 함수로 변환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게 그냥 Linear하게 풀리는 것이었는지, 아니면 베르누이 정리였는지 대단히 헷갈린다.

 

 라플라스 변환은 그 정체 자체는 정말 어려운 것이 아닌데, 그럼에도 3일동안 3시간을 자면,

 헷갈린다. 나는 마지막 수업 내용이었던 변환의 미분과 변환의 적분 등을 수강 못하고 시험을 봐야했는데,

 그 덕에 나는 이상하게 내 나름의 방법으로 독학할 수밖에 없었다.

 

 t 공간, s 공간으로 나누어서 생각하는 것이 맞을테지만, 나는 왠지 t의 나라, s의 나라로 비유하는 게 재밌었다.

 

 예컨데 t의 나라에서 s의 나라로 가는 것을 라플라스 변환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때 t의 나라에서 e^at 를 해주면 s의 나라에서는 무조건 F(s-a)로 S-shifting이 일어난다. 말인 즉슨 s-a가 딸려온다.

 반면 s의 나라에서 e^-as 를 해주면 t의 나라에선 f(t-a)u(t-a) 라는 짐짝을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

 또, t의 나라에서 미분이라는 이사를 가면, s의 나라에선 간단하게 s가 곱해지는 대수적 연산이 되고,

 t의 나라에서 적분을 하면, s의 나라에선 1/s가 된다.

 또, s의 나라에서 미분을 하면 t의 나라에선 -t 가 곱해지고, s의 나라에서 적분을 하면 1/t 를 곱하면 s의 나라에서 적분이 된다.

 

 이처럼 생각하는 것은 대단히 재밌으면서도, 정작 시험시간에는 문제 파악이 늦어지는 원인이기도 하였는데,

 그런 반면 이게 대체 뭐지 하는 문제를 풀어내는 방법도 되었다.

 예컨데 arctan s/w 함수같은 것을 라플라스 역변환하려면 아이디어를 꾀하기 쉽지가 않은데,

 s의 나라에서 이놈을 미분시키면 1/1+x^2 꼴이라는 익숙한 함수가 나온다.

 동시에 s의 나라에서 미분을 하면 t의 나라에선 변환에 대응되는 놈이 -t가 곱해진다.

 그런데 뭐 어떻게 s의 나라에서 미분된 놈이 또 (s-a) 꼴로 곱해져 있는 상태였으면,

 그걸 떼고 원형으로 생각해야한다. 동시에 대응되는 놈은 t의 나라에서 꼭 e^at 를 해주어야 한다고 하고 일단 뗀다.

 또, s가 곱해져있으면 s의 나라에선 어떤 다른 s 덩어리의 미분된 꼴이므로, s를 떼고 다시 돌아가면 어떤 s 원형이 간단하게 나온다.

 예컨데 위의 경우 s는 cos (?)t 를 변환시킨 경우였다. 이때 t를 알았으므로, s의 나라를 여행했던 방법 그대로 t의 나라에서 똑같이 여행하면 최종적으로 arctan의 역변환한 놈이 나온다.

 

 굉장히 어리석은 방법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단 하루만에 나는 공업수학을 벼락치기해서 B+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창안해낸 방법이었다.

 

 이마저도 처음에는 상상이 안 가서 커피 마시고 침대에 누워있다가 갑작스럽게 생각해낸 것이다.

 장황하게 설명되어 있지만 그림으로 그려보면 재미있고 쉽다..

 

 이렇게 독특한 아이디어로 뭘 했다손 치더라도,

 문제는 3일동안 3시간을 잔 끝에 시험을 보는 와중은 굉장히 답답하였다.

 내가 알고있는 걸 풀어내야 하는데, 이걸 약간의 피곤함이 막는 듯 하였다.

 

 특히 연립 1차 ODE 방정식을 푸는 것도 갑자기 머리가 안 들어와서 당황하였다.

 

 정작 그러면서도, 집에 돌아와서는 잠도 안 왔다. 시험이 끝난 것에 너무 들떠서..

 결국 어제 새벽 3시까지 잠을 안 자고 패스오브엑자일을 하였다.

 시험보기 하루 전에 시작한 POE 라는 게임은 미분방정식인 ODE 문자와 서로 헷갈리게 할 정도로 나를 혼란스럽게 했지만,

 어떻게든 POE를 하게 된 나는 너무나 평안하고 재미있게 게임을 했다.

 

 

 

 

 중간고사 때에는 아무런 게임도 없었기에 심지어 이인증까지 왔다. 전에 서술했던 '자아정체성'이라는 글은 그와 연관되어 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POE를 알았으니 나는 더없이 행복하다. 심지어 무과금으로 해도 아이템도 잘 뜨고 재미있는 이 게임을 나는 연모하게 되었다.

 이 앞에 3일동안 3시간을 시험 벼락치기한 것은 문제가 안 된다. 나는 이 게임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마냥 마음이 온전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래서 내가 총 몇 시간동안 잠을 잘 못잔 것일까, 대강 계산해보니 18일 10시부터 21일 03시까지 3시간만 잤다. 53시간동안 3시간 잔 것이다.

 

 그러나 이때의 느낌은, 평소의 만성적인 피로감과 전혀 다를 것 없이 정상적으로 벼락치기도 가능하고, 시험 문제도 적어도 '부분점수를 받을 정도까지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데 불편함은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공업수학은 서술형 문제 답을 적어낸 게 몇 개 없어 대단히 슬프지만.. '부분점수'를 받을만한 문제 해결의 시발점만은 분명하게 적어놓았다. 계산이 잘 안 돼서 그렇지..

 

 

 2학기 때에는 이런 식으로 너무나 힘들게 벼락치기를 하지 않았으면은 좋겠다.

 이 벼락치기를 1학기 내내 하다보니 느끼는 점은, 공부 행위 자체가 이처럼 고문과 같은 피로감의 연속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마저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습관처럼 되다보니 공부 자체에 흥미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경제적 문제로 인해 어떻게든 3.5 이상은 받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자살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쉽게 내쳐지지 않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2학기 떄에는 보다 수월하게 3.5 이상을 받기를 기원한다.

나는 1학기 때 너무 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