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tiness

편안함이 주는 괴로움

Not-exist 2019. 5. 28. 21:53

 언뜻 생각하기를,

 나는 편안해지면 안 되는 사람이구나 하였다.

 내가 편안함을 느끼면, 무언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왜냐면, 시급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야 하거늘,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젊은 나의 시간이 황금과 같이 가치있고

 젊은 나의 시간 속에 훗날 찬란한 미래가 펼쳐질 잠재성이 있으니

 오늘에 나는 불편하게 살아가는 것이 옳다고 이제 인정할 수밖에 없다.

 

 편안한 지금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여 

 훗날 죽을 때 결혼도 하지 못하고 독거노인으로 살다 쓸쓸히 스러져 갈 연습을

 이미 오늘날에 하고 있는 아웃사이더로서의 나의 삶 속에

 이미 친구는 없고 이성은 이미 저멀리에 있으니

 이 모든 상황은 나 스스로 편안해지려고 하다가 이렇게 된 것 

 맞다고 하더라

 

 내가 바라고도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고 알고 있는 그 미래의 내 모습에 

 정말로 다가가기 위해선 아무리 지금의 눈높이로 훗날의 내가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수준이라 하더라도

 적어도, 적어도 지금 이상으로 능력이 받혀줘야 간신히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임을 나는 알아야 할 것이다.

 왜냐, 가만히 지금처럼 평안히 있다가 훗날 내 스스로 일군 유일한 가치는 짧아진 수명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왜냐, 가만히 지금처럼 평안히 있다가 훗날 내 스스로 의식하지도 못한 채로 텔로미어 길이만 짧아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울 나라 앨리스 동화 속에 나오는

 빨간 여왕이 시사하는 의미가 무엇이었나?

 빨간 여왕의 주변 대지는 항상 움직이고 있기에 빨간 여왕은 그에 2배를 달려야 앞으로 갈 수 있고

 단지 주변 대지가 움직이는 만큼만 달리면 그나마 제자리에 있을 수 있고

 주변 대지가 움직임에도 스스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 되려 후퇴한 것마냥 보인다.

 빨간 여왕이 시사하는 의미가 무엇이었나?

 오늘날에 어떻게든 아득바득하며 연봉 얼마 월급 얼마 워라밸 이야기하며

 연금 정책이 어떻게 변하든 무조건적으로 공무원, 공기업을 바라고 

 그 자리를 위해 어떻게든 아득바득하며 헌법이나 psat이나 ncs를 풀어나가는 아무개들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기에 후퇴하고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채 또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중학생으로 돌아간 채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아

 초등학교 때로 돌아가 그 어린 나이에 처음 들었던 자살 생각만을

 오늘날에 다시금 하고 있으니

 어떻게 훗날 편안해질까?

 

 그러니 나는 이제 스스로 인정하기를, 인정해야 하기를,

 나는 이제 편안해지면 덜컥 겁이 나야 한다.

 평안한 하루가 시작되면 불안해야 한다.

 절대 편안할 수 없다.

 불안해야 아무개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

 언젠가 내가 불평해왔던 벼락치기의 나날들은 결국

 당장의 편안한 나날들을 위해

 시험 직전에서야 밤샘과 그로 인한 고통과 피로와 스트레스와 구역질과 자격지심과 무기력함을 대가로 바쳐야 했던 것이었음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