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진리, 최고선, 심지어 법마저 초월하는 잠재의식
"내 맘"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그 자체가 곧 모든 이의 잠재의식이다.
"어떤 나라든지 적어도 의무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국가라면, 법전에 적혀있는 정도의 사회적 규약은 의무 교육을 받은 이들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당위성을 이해할 것이다."
라는 당연한 생각은 그럴듯 하지만 실은 틀린 생각이다.
왜냐하면 사람에게는 "내 맘"이라고 주장할만한 근거가 인구 수만큼이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누구나가 "내 맘"이라고 주장한다면 타인의 자유와 권리는 남아나질 않겠지만, 실은 내 생각보다도 더, '타인의 자유와 권리'는 사람들 눈에 잘 보이지 않으며, 눈 앞에 놓인 이득을 더할 나위 없이 싱그러운 열매라 인식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뉴스로 봐왔던 듯 싶다(언론사의 뉴스만으로 한정되진 않는다).
나는 적어도 내 눈에 들어오는 모든 공간들 속에서는 "악법도 법이라는 이야기를 소크라테스가 했든 안 했든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가 헌법 소원을 내서 이길 자신이 없는 이상 적어도 법은 항상 지켜야 마땅하다."고 판단을 해왔으나,
오늘에 깨닫기를, 사람들(일반화는 아님) 몇몇에게 더 진리로서 다가오는 것은 법전, 규약, 약속 등이 아니라 "내 맘"이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사람이 적어도 셋 이상 모이면, 어떠한 경우건 관계없이 유무형의 계급이 생긴다. 이는 사유재산이 서로의 관계 속에서 구별될 수밖에 없고, 그 규모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 사유재산은 단순히 돈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사유재산은 심리적 공간, 사물까지도 포함한다. 예컨대 개인이 "나의 안위가 보전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심리적 한계선이 공간 혹은 사물로서 존재한다는 것이다(이는 자명하니 더 설명할 필요는 없으리라 본다). 실은 그 대상이 객관적으로는(사람이 적어도 셋 이상 모인 그 공동체 속에서) 그다지 유의미한 것이 아닐지라도, 그저 유품으로 내려왔다든지 등의 이유로 인해 "이것만은 있어야 내가 나로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고 생각할만한 어떤 대상물이 사유재산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유재산을 이해하는 데에 객관적인 돈의 규모, 환율 등만을 합리적인 잣대로 판단한다면 괴리가 생기게 된다. 돈은 개인이 보기엔 소모되어 사라질 수 있는 대상이지만, 사유재산은 적어도 자신이 자살하지 않는 이상 사라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공동체 속에서는 사유재산으로 인한 유무형의 계급(실제 계급이든, 심리적 계급이든)이 생긴다. 여기까지는 분명 이해할 수가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문제는, 공동체는 일종의 이미지이며, 그 이미지를 압도하는 개인의 "내 맘" 심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요컨대 공동체를 영위하면서 발생하는 어떤 논란에 대해,
1) 그 논란에 법을 위반하는 요소가 존재한다면, 명백하게 시시비비는 법전 그대로, 판례를 참고삼아 이루어져야 한다.
2) 그 논란 속에 법 위반 요소는 없지만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부분이 있다면, 도의적인 개인의 판단으로만 시시비비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추후 그 부분을 현실적 여건 하에 보완하여 공동체 내의 약속 내지 법으로 만들 수는 있다.
3) 위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일련의 시퀀스들이 일상 생활 영역에서는 "내 맘"이라고 주장하는 아무개들에 의해 박살날 수 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
1) 사적 제재가 순전히 개인의 감정, 판단 하에 이루어지는 것인지라, 공동체 내의 누구나가 사적 제재를 할 수 있게 된다면 기존의 범죄들이 단지 사적 제재라는 단어를 붙인 범죄로 변모할 뿐이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거부한다.
-사람의 심리는 온전히 행동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심리는 행동이 일어난 이후에 결과론적으로 결정되는 경향이 있고, 또 왜곡될 수도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사적 제재가 옳았다고 증명하기 위한 증거, 수단은 사건 당사자가 준비할 수 없다. 또한, 공동체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 대해, 사적 제재라는 단어가 등장하며 사건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일종의 선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선택적 사적 제재에 대한 선호는 줄지 않는다. 이는 주지할만한 일이다.
2) 법적으로, 도의적으로 옳지 못한 것에 대한 시시비비를 무시하고, "내 맘"이라고 이야기하는 아무개들이 법적, 도의적 시시비비를 압도할 수도 있다.
-단순히 시시비비에 대해 개인의 선호든, 이익집단의 선호든 무엇이든 자신의 마음을 반영한 주장을 누군가가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법적, 도의적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지당한데, 그럼에도 그것을 무시하는 아무개들이 있다는 것은 위에서 이야기하였다. 그런데 더 중요한 점은, 그 아무개들이 합리적 판단(법적, 도의적 판단)을 압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군중심리로 해석하기가 힘들다. 공동체 자체가 군중이며, 그들이 만들어낸 것이 곧 법이고 도덕인데, 그것을 무시할 수 있는 선택적 군중심리는 왜 일어날 수 있는 것인가? 단순히 개인의 심상이라 치부하기에는 나는 그렇게나 빈도가 잦은 개인의 감정적 실수에 대해 공감하고 싶지는 않다.